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북한 내 기아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국경 봉쇄에 따른 교역 중단과 더욱 어려워진 식량 배급 사정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고질적인 식량난과 지난해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폼페오 장관은 최근 미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한 북한 내 기근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북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이 있고, 실제로 내부적으로 식량 부족으로 기근이 닥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GS&J 북한.동북아연구원 원장인 북한 농업 전문가 권태진 박사는 국경 봉쇄로 북-중 교역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북한 기업소의 운영 중단으로 식량 배급이 어려워진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일단 주민들은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배급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안 돌아가거든요. 이 말은 종업원들에게 식량을 공급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또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보면 1년 중 3분의 1이 지났는데 식량 수입량이 많지가 않아요.”
권태진 박사는 북한의 올해 곡물 부족량을 120만t으로 추정하면서, 코로나의 여파로 부족분 수입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북-중 교역 액수는 총 1천864만7천 달러로,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특히 이 기간 북한의 대중국 수입액은 1천 803만 달러로, 18년 만에 처음으로 2천만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북한의 대중 수출도 61만 6천 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2018년 북한의 수확량은 최근 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한국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 증가율도 전년 대비 2% 정도에 그쳐,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은 여전하다고 권 박사는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권 박사는 지난해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에게 신종 코로나는 또 다른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 대부분이 부업으로 식량 구입에 도움이 되는 돼지를 키우는데, 양돈 농장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겁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거의 부업으로 하던 양돈 농가가 돼지를 키우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코로나로 주 소득인 시장활동을 통한 소득도 즐어들었고, 또 부업활동인 양돈도 어렵고. 사실 북한 주민으로서는 식량을 구입할 적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마저도 줄어서 주민들로서는 식량을 사먹을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굉장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 대니얼 워츠 국장은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와 코로나 관련 검역이 식량 수송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방 단위에서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워츠 국장] “The border closure and quarantines in North Korea could mean that there are significant food shortages at a local level in parts of the country, due to challenges in transporting food supplies internally. As we head toward the early summer, traditionally the lean season in North Korea, the ongoing bottlenecks in imports from China could intensify the impact of local food shortages. Additionally, North Korea's measures to prevent the spread of Covid-19 may have disrupted the spring planting season, which could lead to further food shortfalls later this year.”
워츠 국장은 또 전통적인 춘궁기인 초여름까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병목 현상’이 계속되면 북한 내 식량 부족 사태가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 조치로 봄철 모내기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올해 말에 식량 부족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이번 발언을 농업개혁을 강조해 온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과 무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are clearly having trouble making those reforms. And if something were happen to Kim, or if his government just looked very weak which is kind of ways looking now….”
북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내 농업개혁에 어려움이 생긴 게 분명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지금처럼 북한 정부가 매우 약한 것으로 보이면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북한의 기아 위기는 유엔 기구들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북한이 보건 위기와 식량난이 겹친 ‘위기 속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습니다.
FAO는 최근 공개한 ‘2020년 북한의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에서 장기간의 가뭄과 홍수, 태풍으로 북한 내 농작물 수확량과 식량 공급량이 줄고 있다며, 여기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같은 국제 보건 위기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지난달 북한을 49개 ‘코로나 위기국’에 포함시키면서, 북한 주민 1천 220만 명이 만성적 식량 불안정과 영양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vo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