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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물망초 재단 이사장)




박선영 (물망초 재단 이사장) 

오늘 저녁도 다래순, 엄나무순, 삼잎나물, 머우잎 등 산채정식같은 한 상 가득 봄나물들을 거하게 먹었다.

나물을 좋아하시던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덕에 소시적부터 나물의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며 봄가을로 나물은 숱하게 먹어왔지만,

나물을 내 손으로 직접 따고 뜯고 뽑고 솎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9년 전, 제법 깊은 산속에 물망초학교를 짓고 대안학교를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탈북자들 가운데 5살부터 25살까지 북한에서 공부할 기회가 없었거나 홀로 탈북해 한국에 온 친구들, 또는 부모가 있어도 무슨 이유로든 함께 살 수 없는 친구들을 위해 1대1 맞춤교육을 하던기숙학교가 바로 물망초 학교였다.

개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난히 작은 키에 버짐이 얼굴과 머리까지 번지고 눈동자만 반짝이던 아이가 들어왔다.

늦봄의 어느 일요일, 늘 그렇듯이 학교에서 점심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들어와서는 취나물 을 삶고 있는 내게

'어? 취나물이네? 그거 저 산 무덤 아래에 많던데 거기서 따오셨어요?' 이러는 거였다.

내가 '정말? 산소 밑에 취나물이 많아? 근데 니가 어떻게 이게 취나물인지 아니?' 그러자 옆에 있던 생활교사가 '걔는 모든 나물을 다 알아요. 식용인지 아닌지도 다 알구요,

먹어야 하는 계절도 알고, 먹는 방법도 나물별로 다 알고, 심지어는 효능까지 엄청 잘 알아요'.

그랬다.  그 녀석은 모든 풀과 나무, 초근 草根에 관한 한 척척박사였다.

그 녀석은 개성 근처에 살다가 두 살 많은 누나가 굶어 죽자 아버지가 이 녀석을 데리고 무작정 걸어서 백두산근처까지 왔고 탈북 비용을 벌기 위해 백두산 근처에서 만 4년 동안이나 약초를 캐서 파는 일을 했단다.

겨울에 캐는 약초도 있다나?

그리고 탈북할 때는 그 약초자루 속에 숨어서 두만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이 녀석의 입학상담을 하면서 '탈북하느라 힘들었지?' 라고 물었더니 그 녀석은 '아니요. 전혀 안 힘들었는데요' 라며 자기는 약초자루 속에 숨어서 북중 국경을 넘어왔다던 대답이 그때 그 녀석 표정과 함께 떠올랐다.

그때는 약초인 줄만 알았지, 나물까지 그렇게 잘 아는 줄은 몰랐다. 그때부터 나는 그 녀석과 함께 매주 일요일이면 나물을 뜯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먹는 쑥과 먹지 못 하는 쑥도 차츰 구별할 수 있게 되었고 단오 전에 나오는 모든 풀은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과 느룹나무는 껍질도 약이라는 사실도 그 녀석한테서 배웠다.

바람이 흙먼지를 일으키는 이맘 때, 봄나물이 지천으로 시장에 나오는5월, 딱 이맘때만 되면, 난 열병을 앓듯이 그 녀석 생각이 무시로 난다.

말을 타는 기수가 되고 싶다던 녀석, 운영비용을 감당하지 못 하고 물망초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을 때 그 녀석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고마운 분께 위탁하던 일까지...

봄이면 달큰하면서도 쌉쏘롬한 나물을 먹으면 나는 혀만 쓴 게 아니라 내 온 몸에 쓴 기가 돌아 아프다.

이 녀석의 사연이랑 몇몇 탈북어린이들의 사연들은 물망초에서 펴낸 가족동화 '거짓말같은 참말'에 들어 있다.

요즘은 어린이날에 책을 선물하는 일도 드물지만 한 번 엄마가 아이들한테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들한테 자분자분 읽어주면 어떨까?

주머니 속에 들어앉아 백두산과 두만강을 건넌 아이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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