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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혼

황 혼
                           - 이인호 시-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 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 길이 뒷 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 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지금...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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