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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혼

황 혼
                           - 이인호 시-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 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 길이 뒷 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 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지금...이 순간...  
   소천

새벽 2시15분에 목이 말라 잠이 깨어, 혹사라도 하는 마음으로 원탁방을 보았는데, 윤유경 이사장님의 김경일 목사님 소천 소식을 보았다. 어제 아내와 회복을 위해 몇차례 기도하였는데, 그것은 내 시간 속의 기도였고, 하나님의 시간은 아니었나 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서로 사귀는 것은 좋아서 가 아니라 고독이 두려워서이다.”라고 했고, 헤르만 헤세는 “인생이란 고독한 것이다. 아무도 타인을 모른다. 모두가 외톨이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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