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품격'
공포가덮친도시는을씨년스럽고음울하다. 카뮈의'페스트'에등장하는북아프리카항구오랑은죽은쥐가나타나면서아비규환으로변해간다. 나를해칠바이러스를품고있을상대에대한불신, 나만은살아야한다는절규가증폭되면서도시는지옥이된다. '코로나발원지' 중국우한이그러했다. 대구시홈페이지에코로나확진자수를알리는그래프도숨가쁠정도로가팔랐다. 바리케이드쳐진삭막한유령도시가연상됐을정도다.
그런상상을하며대구에갔을미국ABC방송기자눈에비친대구풍경은전혀달랐던모양이다. 그는"이곳에는공황도, 폭동도, 혐오도없다. 절제와고요함만있다"는말로칼럼을시작했다. 그러고"코로나19와함께살아가는것이뉴노멀이된지금, 대구는많은이에게삶의모델이될것"이라고마무리했다. 대구현장에서취재중인동료에게전화해보니외신기자의묘사와크게다르지않다고했다. 시장도교통도병원도조용하고정상적으로돌아가고있다고했다. 잔뜩겁에질려서울에서내려온한공무원은며칠지나말했다고한다. "도시가마치동면하듯조용히숨쉬고있다."
대탈출도없었다. 대구에있는부모에게타지에있는자식이"당장빠져나오시라"고해도요지부동이다. "뭐하려고자식까지고생시키냐" "민폐끼치기싫다"고한다. 한때정권은'대구봉쇄'를검토했는지모르지만대구시민은스스로출입을자제하고있었다. 대신출향인사들이대구로달려왔다. 특히방역에보탬을줄수있는이곳출신들이적극적이었다. 외지에서들어온의료인이500명도넘는다.
사재기도없었다. 비슷한우려를담은보도가나오면시민들은"평소와똑같다. 왜곡하지말라"며불쾌해한다. 일주일째마스크사러늘어선긴행렬속에서도큰목소리한번들리지않는다. 고생하는의료진에게는병원마다도시락, 빵, 과일같은위로물품이쌓인다. 어떤모텔은건물한동을비워외지의료인에게내놓았다.
자영업자를돕기위해임대료를내려받거나유예하는'착한건물주운동'도확산되고있다. 경증환자는'나는그나마낫다'며자발적으로병실을양보한다. 서로이기심을내려놓는다. '사람의인격'이란오히려위기에서드러나듯'도시의품격' 또한극한상황에서확인된다. 카뮈는재앙에맞서는것은인간만이할수있는특권이라고했다. 현실에서그것을체감할수있는곳이지금대구다. 품격있게바이러스와싸우는대구는결국승리할것이다.
2020.03.06 이동훈논설위원